DS1NMA Blog


새해 첫 날, 불러주는 이도 없고 놀것도 없고 해서 일을 하고 있다가 심심해서 대명비발디파크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밤샘스키+렌탈=35,000원을 보고서는.. 바로 질러버리고 오늘 다녀왔습니다. 서울춘천고속도로가 뚫리니 홍천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트립미터로만 보았을때 100km가 안되는, 시간으로도 1시간이면 주파하는 거리다보니 여유가 생기네요.

스키를 13년동안 타왔지만, 틈틈히 혼자서만 다녀버릇 해가지고 사실 그렇게 잘 타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스키장이나 슬로프는 더더욱이 기피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기에 10년 전 부터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시설이 좋은 용평리조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헌데, 요즘은.. 피곤도 하고 연료비도 있고 등등등 슬슬 가까운쪽으로 나와볼까 물색을 하던 중에 한 번 가보자 하고 대명비발디파크를 다녀왔습니다.

확실히, 서울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 스키어/스노보더들이 늘 다녔던 용평리조트 보다는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려있더군요. 심야개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사실 이 글의 주제는 제가 스키장을 다녀온 얘기가 아니고 오늘 심야스키를 타면서 정말 짜증나는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사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장비가격과 서비스비용이 낮아지면서 스키나 스노보드는 지금은 조금만 질러버리면 즐길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지만 그 나름대로는 고급스포츠에 속합니다. 한 계절에만 즐길수 있는데다가, 스노보드 인구가 증가하기 이전인 11년전까지만 해도 쉽게 엄두내지 못하던 스포츠 입니다.

제가 스키를 처음 타던 13년전에 스키학교 강습을 받으면서 스키에 대한 에티켓을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스노보드도 없었습니다. 스키장을 가면 오직 스키어들 뿐이었는데 고급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가 많은 스포츠다보니 그나름대로의 에티켓이 존재하고, 그때는 에티켓을 지키지 않으면 정말 큰 죄라도 지은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스키어/스노보더들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에티켓을 옛 이야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오더라구요. 그것을 몸소 오늘 체험해보았습니다. 이제서야 후회하고 있네요. 그냥 용평리조트를 다닐걸.. 멀어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좀 실망했던 것을 살짝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키어/스노보더님들.. 부탁인데 제발 다른 사람들의 즐거운 스킹과 보딩,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금 신경쓰고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1. 줄을 제대로 서주시고, 리프트는 채워서 탑시다!

보통 슬로프의 리프트는 구형 리프트는 4인, 신형 리프트는 6인, 어떤 리프트는 8인짜리도 있습니다. 리프트의 앞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스키장 안전요원이 인원통제를 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리프트를 타는 방법과 리프트 라인에 오기 전입니다. 보통 스키장을 올때 혼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같은 독수공방이나 혼자 다니는 반면 대부분의 분들은 가족이나 친지, 친구와 같이 옵니다. 그러면 몰려서 다니게 되고 리프트도 같이 타려고 할 것입니다. 당연한 심리이죠.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승차인원이 4인인 리프트면, 안전요원 앞에는 4인이 일렬로 서는 게이트가 있고 그 뒤로 줄을 서게 됩니다. 그렇다면, 4인이 정확하게 서야 되는데 삐뚤빼뚤합니다. 물론 앞뒤 간격이 삐뚤빼뚤할 수 있습니다. 어느분은 보드를 타시고 어느분은 스키를 타니까요.
리프트를 타기 위해 대기하거나, 라이딩을 할때 남의 장비를 밟거나 터치하면 안되는 정도의 에티켓은 다들 알고 계시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앞뒤 간격을 생각하다보면 줄이 삐뚤빼뚤하기도 하지만, 좌우로는 정렬을 해주셔야지요.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줄을 그렇게 서다보면 혼자 온 사람은 무지하게 뻘쭘해 집니다. 줄을 선다고 섰는데 내 앞에 어떤 사람들이 있다면 그 친구들이 달려와서 새치기를 합니다. 그럼 무지하게 성질나겠죠?
혼자 온 사람은 혼자서 리프트를 타게 됩니다. 친구들과 같이 오신 분은 4인 리프트에 꽉 채워 탑니다. 이렇게 타게 되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성질납니다. 더 타면 뒷사람이 좀 빨리 탈텐데 하는 생각으로요.
어쩌다보니 리프트를 혼자 탔습니다. 혼자 타고 올라가는 리프트를 상상해 보세요.
리프트가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그렇죠. 물론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만 리프트 승차감은 불안해집니다. 올라가는 내내 곤욕입니다.
그러니, 옆에 누가 타든 말든 일단 타세요. 어차피 같이 온 친구, 다음 리프트 타고 올라옵니다. 리프트 한 차와 한 차 사이 돌아오는데 불과 30초도 안걸립니다.

2. 제발, 남의 플레이트 밟거나 치지 마세요.

오늘의 경우, 보더님들이 더 합니다.
리프트 기다릴때, 보더님들은 보드를 빼고 들고서 탑니다. 일반 걸어다니는 사람과 동일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스키어는 플레이트를 들고 탈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스키어가 리프트를 기다리면 앞뒤로 약 70cm정도 거리가 필요합니다.
보더님들이 리프트를 기다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앞사람이나 뒷사람 플레이트를 밟게 됩니다. 이해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신경을 쓰셨으면 합니다.
오늘 어떤 개념을 밥말아먹은 청년은 이렇게 하더라구요.
가만히 리프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발 뒤꿈치에서 진동이 와서 뒤돌아보니 뒤에 있던 보더가 기다리는게 지루한지 자기 보드를 들었다 놨다 하더라구요. 이 청춘은 보드가 땅을 치고 있는줄 알았나봅니다. 하지만 땅이 아니라 내 플레이트 뒤쪽을 치고 있던것이죠. 뒤를 힐끔보며 눈치를 줬는데도 연타로 때리더군요. 성질나서 옆 리프트를 탔습니다.
남의 플레이트를 터치 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의인 것을, 그걸 모르는 무개념은 되지 맙시다.

3. 제발, 충분히 연습하시고 다음 등급의 슬로프로 올라오세요.

저도 13년이나 스키를 탔지만, 바로 중급이나 상급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겨울스포츠다보니 봄,여름,가을 사이에 감각을 잃었을 수 있고, 준비운동을 해도 몸이 좀 더 유연해지려면 경사가 완만한 것 부터 시작해서 다음 단계의 슬로프로 넘어갑니다.
오늘 비발디파크의 경우도, 저는 비발디파크에서는 처음 타보는지라 슬로프를 인식할 겸 해서 처음부터 초심자 코스인 발라드 슬로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중급 슬로프인 재즈 슬로프로 넘어갔지요.
오늘 보니까 초심자들이 꽤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한참 발라드 슬로프(초심자용)를 타다가 재즈(중급용)로 넘어갔는데, 재즈 슬로프는 발라드에 비해 길이도 길고 경사도 차이가 상당히 크더라구요. 천천히 내려가다가 스노보더와 경미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스노보더가 약한 빙판에서 엣지질을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스킹을 하는 제 종아리를 밀어버리면서 함께 넘어졌는데요. 크게 다친건 없다 싶어 서로 이해와 사과의 인사를 나누고 플레이트를 정리하고 다시 스킹을 하는데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종아리를 보더의 플레이트를 정통으로 맞았으니 종아리 근육이 경직되는건 당연한 것이죠.
슬로프 가장자리를 보니 패트롤이 부상자를 이송할 끌것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여, 패트롤 근처면 안전하겠지 싶어 가장자리로 이동을 하여 플레이트를 풀고 바닥에 앉고 부츠를 받침 삼아 다리를 펴서 잠시 맛사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패트롤이 불편하느냐고 물어보길래 경미한 사고로 근육이 놀라서 그런것이니 잠시만 주물러 주면 괜찮을 것이다라고 이해를 시키고 계속 하였지요. 잠시 후 부상자를 이송할 끌것을 다른 패트롤이 가져왔고 부상자를 이송시키고 잠시 후에 다른 패트롤이 다른 부상자를 이송하려고 끌것을 가져다가 나를 보고 또 다시 물어봐서 괜찮다고 얘기를 하니, 어떤 여자 스노보더 왈.. 

"저...저도 끌고가주면 안되요? 저 못내려 가겠어요" 라고 합니다.

제발.. 엣지질을 해서라도 내려갈 정도로 연습 후에 좀 올라와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4. 제발, 슬로프 가운데 앉아있지 말아주세요.

비발디파크.. 정말 희한합니다.
발라드 슬로프는 의외로 거리가 짧습니다. 거리가 불과 300m밖에 되지 않아 뵙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슬로프의 1/3을 앉아서 쉬는 보더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자리도 아니고 한 가운데만 집중적으로요.
이런분들은 다른 보더나 스키어들에게 정말 곤욕입니다. 피하는것도 문제지만 혹여 미끄러졌을 때, 충돌도 우려됩니다. 어떤 분은 슬로프 한 가운데 앉아서 담배까지 피우시는데 정말.. 이런분들은 에티켓을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스키어님/스노보더님... 제발 슬로프 가운데 앉아서 쉬지 마시고 가능하면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니면 슬로프 가장자리, 그게 안되면 그냥 내려가서 쉬세요. 
둘이 하는 연습도 마찬가지 입니다. 연습을 하시려거든 가운데는 비워주시고 가능하면 가장자리에서 하세요. 

5. 스노보더님들.. 플레이트 주행은 짧게 해주세요.

스키어들이 제일 곤욕스러운 부분입니다. 보더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부분입니다. 
스키는 플레이트 면적이 작아서 플레이트 주행을 하면 눈바닥에 나타나는 플레이트 자국의 폭은 얇습니다. 반면 스노보드는 넓어서 플레이트 주행을 하면 나타나는 플레이트 자국은 상당히 넓습니다. 
플레이트 주행으로 생기는 자국은 평평합니다. 영하의 기온에 바람이 불게 되면 이 자국의 윗면은 살짝 얼어버립니다. 아시겠지만 얼음에서는 눈에서 엣징하는 것 보다 엣징이 안되는 것은 잘 아시죠? 플레이트 주행자국이 짧으면 다행인데, 이 자국이 S자로 크게 그려졌다고 상상해 보세요. 거기를 그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다가 미끄러져 다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환장합니다. 
앞서 오늘 다른 보더와 부딪힌 이유가, 보더가 라이딩을 하다가 얼어버린 플레이트 자국에서 엣징을 하였으나 엣징이 걸리지 않아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생긴 사고였습니다. 
슬로프에서 얼음은 위험한 존재입니다. 이 얼음이 군데군데 짧게 있으면 그냥 통과하거나 피해가면 되는데, 보드의 플레이트가 지나간 자리는 면적이 큽니다. 그 큰 면적이 저 아래에까지 그려져 있다면 스키 못탑니다.
제발 부탁인데, 보더님들.. 플레이트 주행은 짧게 해주시어 엣지와 병행해서 주행하는
습관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스키장이 아이스링크가 되지는 말아야 겠지요? 우리는 스키와 보드를 타려고 그 멀리까지 간 것이지, 스케이트 타러 간건 아닙니다. 스케이트는 광화문이나 목동가서 타야죠.